몬트리올에서 당일치기 단풍, 어디까지 가야 할까?

로렌시안 발모랭, 락 레이먼드 해변 — 1월엔 크로스컨트리 스키로, 9월엔 단풍으로

elsewheremostly · 퀘벡 로렌시안 · 2026년 9월 26일(토) 당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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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몬트리올 단풍은 이제 막 물들기 시작했는데, 차로 1시간 반 북쪽 로렌시안(Laurentides) 지역의 발모랭(Val-Morin)은 벌써 빨강·주황·노랑이 한창이었다.

  • 일정오후 2시몬트리올에서 자차로 출발오후 3시 30분락 레이먼드 해변 도착오후 4시 50분해변 출발 (1시간 20분 머묾)오후 5시 20분생타가트데몽(Sainte-Agathe-des-Monts)에서 저녁저녁 7시 30분귀가
  • 주차10 CAD(캐나다 달러). 한 번 내면 자정까지 유효하고, 1월에도 같았다.
  • 해변 입장료이날은 매표소가 비어 있어 내지 않았다.
  • 장소로렌시안 지역 발모랭의 락 레이먼드(Lac Raymond) 호숫가 공공 해변 (지도는 글 맨 아래)
  • 단풍 시기로렌시안은 10월 첫째 주, 몬트리올 단풍은 10월 셋째~넷째 주가 절정이다(퀘벡 관광청 예측). 지역별로 보기
  • 함께 간 사람우리 가족 셋 (초등학생 아이 하나)
몬트리올 단풍 당일치기, 로렌시안 발모랭 해변 끝 초록 침엽수 사이 새빨간 단풍나무
해변 끝, 초록 침엽수 사이에 혼자 새빨갛던 단풍나무

미국 살 때부터 퀘벡 단풍은 꼭 보고 싶었다. 아끼고 아끼다 결국 못 갔다. 작년에 몬트리올로 이주하고 나니 가을은 이미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제대로 즐겨 보려 한다.

가는 길 내내 감탄에 감탄을 했다. 이게 그 유명한 캐나다 단풍인가 싶었다.

단풍은 새빨개야 예쁜 줄 알았다.

가는 길, 차창 밖 산을 보던 아내가 말했다.

“완전히 빨간 것보다 빨강, 초록, 노랑이 섞여 있을 때가 더 예쁘다.”

호수 건너편 둥근 산. 침엽수 초록 사이로 빨강·주황·노랑이 점점이 박혀 있다. 아내 말대로, 섞여 있어서 더 예뻤다.
호수 건너편 둥근 산. 침엽수 초록 사이로 빨강·주황·노랑이 점점이 박혀 있다. 아내 말대로, 섞여 있어서 더 예뻤다.

조금 뒤에는 이렇게 덧붙였다.

“스펀지에 수채화 물감을 여러 색 톡톡 찍은 느낌이야.”

발모랭에 거의 다 와서는 길가 나무 하나를 보고 감탄했다. 한 그루에 초록, 노랑, 빨강이 다 있다고.

발모랭 가는 길가. 한 그루 안에서 노랑이 주황으로, 주황이 빨강으로 번져 간다
발모랭 가는 길가. 한 그루 안에서 노랑이 주황으로, 주황이 빨강으로 번져 간다.

아이는 그날 일기에 이렇게 썼다.

“높이 올라갈수록 주변 나무에 빨강, 노랑, 초록이 점점이 박혔다. 누가 나무에 반짝이 가루를 뿌린 것 같았다.”

가는 내내 아내는 이런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아내

  • “수종이 다양해서 예쁘다.”
  • “액자 같다.”
  • “집에 가서 그려 보고 싶다.”

해변에 도착해 가까이서 보니 한 가지에도 자주, 빨강, 주황, 노랑 잎이 함께 달려 있었다.

한 가지에 자주·빨강·주황·노랑. 햇살을 받아 잎맥과 붉은 잎자루까지 또렷했다
한 가지에 자주·빨강·주황·노랑. 햇살을 받아 잎맥과 붉은 잎자루까지 또렷했다.

몬트리올은 이제 막 물드는데, 북쪽은 왜 벌써 한창일까?

몬트리올 단풍은 아직 이르다. 녹색이 많지만, 요즘은 일찍 물드는 나무가 하나둘 눈에 띄면서 가을이 슬슬 오는 게 느껴진다. 떠나기 전 퀘벡 관광청 사이트 봉주르 퀘벡(Bonjour Québec)에서 단풍 현황 지도를 보니 북쪽이 먼저 물드는 것 같아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지도는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지역별 공원의 단풍이 어디쯤 왔는지(시작, 중간, 절정, 끝물 등) 표시해 준다.

원래 목적지는 몽트랑블랑이었다. 이 지역 단풍은 몽트랑블랑이 제일이라는 말을 현지 사람들에게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 아이 오전 일정을 마치고 나니 출발이 늦어져, 더 가까운 발모랭으로 방향을 틀었다. 몽트랑블랑은 올여름에 다녀왔는데, 그 이야기는 따로 적을 예정이다.

알아 두면 좋은 이름

메이플 로드 Maple Road
한국에서 흔히 부르는 캐나다 동부 단풍길.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을 지나 퀘벡시티까지 800km쯤 이어진다. 몬트리올에서 움직인다면 로렌시안, 이스턴 타운십스(Cantons-de-l’Est), 샤를부아(Charlevoix) 쪽이 현실적이다.
로렌시안 Laurentides
몬트리올 북쪽으로 넓게 펼쳐진 산과 호수, 숲 지역. 프랑스어로는 로랑티드(Laurentides), 영어로는 로렌시안(Laurentians)이라고 한다. 몽트랑블랑도 발모랭도 이 안에 있고, 발모랭은 그중 작은 마을이다.

막상 차를 타고 나가 보니 단풍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15번 고속도로(Autoroute 15)를 타고 북쪽으로 갈수록 산 색이 눈에 띄게 달라졌고, 몽가브리엘(Mont-Gabriel) 출구 근처에서는 스키 슬로프가 난 산 전체가 물들어 있었다.

15번 고속도로 몽가브리엘 근처. 스키 슬로프가 난 산이 통째로 물들어 있었다
15번 고속도로 몽가브리엘 근처. 스키 슬로프가 난 산이 통째로 물들어 있었다.

차 안에서 “고도 때문일까, 위도 때문일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둘 다인 것 같다.

  • 고도 — 미국 산림청(USDA Forest Service) 자료에 따르면 서늘한 높은 곳이 골짜기보다 먼저 물든다. 휴대폰 사진 기록을 보면 몽가브리엘 근처가 해발 약 200m, 발모랭에 들어가기 직전이 약 400m였다. (휴대폰 GPS로 잰 고도라 오차는 있다.)
  • 위도 — 발모랭은 몬트리올보다 50km쯤 북쪽에 있다. 단풍이 드는 시기는 밤이 길어지고 기온이 내려가는 데 크게 좌우되는데, 북쪽일수록 가을밤이 먼저 서늘해진다.
  • 색이 선명해지는 조건 — 캐나다 국립수도위원회(NCC)의 단풍 과학 글에 따르면 따뜻하고 맑은 낮과 서늘한 밤이 이어진 뒤에 색이 가장 곱다. 이날 발모랭은 맑았고 기온은 22도였다.
호수 주차장 건너편 자전거길 옆 노란 단풍나무. 맑은 날이라 색이 더 환했다
호수 주차장 건너편 자전거길 옆 노란 단풍나무. 맑은 날이라 색이 더 환했다.

퀘벡 단풍 시기, 지역별로 언제일까?

퀘벡 전체로 보면 단풍은 북쪽과 높은 곳에서 먼저 시작해 남쪽과 도시 쪽으로 내려온다. 앞에서 본 단풍 현황 지도가 ‘지금 어디까지 물들었는지’를 보여 준다면, 퀘벡 관광청이 지난 3년 기록으로 낸 2026년 예측은 ‘언제 절정인지’를 한눈에 보여 준다.

먼저 물드는 곳부터, 2026년 단풍 예측

퀘벡 관광청이 지난 3년 기록으로 낸 지역별 예측

9월
말
10월
1주

2주

3주

4주
몽트랑블랑Mont-Tremblant**로렌시안Laurentides · 우리가 간 곳9/26퀘벡시티Québec샤를부아Charlevoix이스턴 타운십스Cantons-de-l’Est*몬트리올Montréal

중간 (50~70% 물듦)절정 (70~100%)

* 오포드·서턴 기준. 같은 지역이라도 메간틱 쪽은 2주쯤 이르다. ** 몽트랑블랑은 트랑블랑 리조트 안내 기준으로, 9월 말~10월 초가 절정이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니 떠나기 전 봉주르 퀘벡 예측과 단풍 현황 지도를 함께 보자.

로렌시안은 9월 마지막 주가 ‘중간’(50~70% 물듦), 10월 첫째 주가 절정이다. 우리가 간 9월 26일이 바로 그 ‘중간’이었던 셈이다. 북쪽에 가서 단풍을 한발 먼저 만났고, 몬트리올 단풍은 10월 셋째~넷째 주가 절정이라니 남은 가을은 동네에서 더 즐겨 보려 한다.

참고 · 드라마 〈도깨비〉 속 퀘벡시티

드라마 속 노랗고 주황빛인 퀘벡시티는 2016년 10월에 찍었다. 샤토 프롱트낙(Château Frontenac), 프티 샹플랭(Petit-Champlain), 투르니 분수(Fontaine de Tourny), 바스티옹 드 라 렌 공원(Parc du Bastion-de-la-Reine) 같은 올드 퀘벡 일대다. 현지 신문 메트로 퀘벡은 10월 15일 투르니 분수 앞 촬영 현장을 전했다. 그 분위기를 직접 보고 싶다면 10월 초~중순을 노려 보자. 퀘벡시티 절정 예측(10월 첫째 주)과도 맞는다.

퀘벡시티 단풍과 로렌시안을 한 여행에 묶어 보고 싶다면, 한국에서 준비할 때 참고할 만한 것들이 있다.

같은 길, 1월엔 크로스컨트리 스키로 지나갔다

발모랭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 17일 토요일,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러 왔었다. 기온은 영하 5도쯤. 이 동네 1월치고는 꽤 포근한 날로 기억한다. 스키 타기 딱 좋은 날이었다. 이 일대는 1월 평균 최저기온이 영하 18도쯤이고, 영하 40도까지 내려간 기록도 있다.

원래는 다른 곳에 가려다가, 옛 철길을 따라 난 호숫가 트레일 풍경에 끌려 목적지를 바꿨다. 우리 가족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제대로 타 본 건 여기가 처음이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웬만한 공원은 풍경이 다 비슷해진다. 색이 빠지고 온통 하얀 세상이 되니까. 그런데도 발모랭은 호숫가와 침엽수가 어우러진 참 아름다운 길로 기억에 남았다.

그 길이 프티 트랭 뒤 노르(P’tit Train du Nord)다.

프티 트랭 뒤 노르 · P’tit Train du Nord

어떤 길
옛 철길을 산책로와 자전거길로 바꾼 선형 공원
겨울
기계로 다진 크로스컨트리 스키 트랙(클래식 주법용), 스케이트 주법용 길, 걷는 사람을 위한 통로가 따로 난다.
이용료
없음 (공식 사이트 스키 안내)

우리는 클래식 주법으로 천천히 갔고, 옆으로는 스케이트 주법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같은 길에서도 즐기는 방식이 저마다 달랐다.

1월 17일. 아이가 앞서가던 호숫가 크로스컨트리 스키길
1월 17일. 아이가 앞서가던 호숫가 크로스컨트리 스키길
9월 26일, 같은 길의 다른 지점. 눈이 걷히니 아스팔트 자전거길이었다.
9월 26일, 같은 길의 다른 지점. 눈이 걷히니 아스팔트 자전거길이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느리다. 대신 풍경을 천천히 볼 수 있다. 1월에는 절벽 바위마다 커다란 고드름이 매달려 있어 몇 번이고 멈춰 섰고, 아이는 호숫가 눈 위에 난 작은 동물 발자국을 보며 좋아했다.

1월, 바위 절벽에 매달린 거대한 고드름. 해파리처럼 퍼져 있었다.
1월, 바위 절벽에 매달린 거대한 고드름. 해파리처럼 퍼져 있었다.

길가 표지판도 계절 따라 달랐다. 1월에는 건널목 모양 이정표가 눈에 반쯤 묻혀 있었고, 9월에 보니 같은 트레일에 “겨울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코스, 스키어 공간을 지켜 주세요”라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1월, 눈에 반쯤 묻힌 건널목 모양 이정표
1월, 눈에 반쯤 묻힌 건널목 모양 이정표
9월, 같은 트레일의 표지판. 겨울엔 걷는 통로와 스키 코스가 나뉜다고 적혀 있다
9월, 같은 트레일의 표지판. 겨울엔 걷는 통로와 스키 코스가 나뉜다고 적혀 있다.

그날 내 일기는 이렇게 끝났다.

“눈이 없는 다른 계절에는 이곳이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여덟 달 뒤,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는데 “여기가 우리가 왔던 데 맞나?” 싶었다. 겨울은 겨울대로 아름다웠지만, 색이 입혀지니 전혀 다른 곳 같았다. 아이도 한마디 보탰다.

아이

  • “겨울이랑 너무 다르다.”
1월, 얼어붙은 락 레이먼드. 건너편 산꼭대기에 송신탑
1월, 얼어붙은 락 레이먼드. 건너편 산꼭대기에 송신탑
9월, 같은 방향. 송신탑 산이 단풍으로 덮였고 호수엔 패들보드
9월, 같은 방향. 송신탑 산이 단풍으로 덮였고 호수엔 패들보드

변하지 않은 것도 하나 있었다. 주차비다. 1월에도 9월에도 같은 정산기에서 10 CAD를 냈고, 영수증에는 똑같이 “23:59”가 찍혀 나왔다.

1월 17일 주차 영수증. 10 CAD, 23:59까지
1월 17일 주차 영수증. 10 CAD, 23:59까지
9월 26일 주차 영수증. 역시 10 CAD, 23:59까지. 대시보드 위에 올려 두었다
9월 26일 주차 영수증. 역시 10 CAD, 23:59까지. 대시보드 위에 올려 두었다.

겨울에는 길을 따라 쭉 지나갔고, 이번에는 해변 한자리에 머물렀다. 아이는 물가에서 놀았고, 우리는 조용함을 즐겼다.

1월과 9월, 한눈에

1월 17일 · 겨울9월 26일 · 가을기온영하 5도쯤
이 동네 1월치곤 포근
22도, 맑음한 일크로스컨트리 스키로 트레일을 따라 쭉해변 한자리에 머물며 물가 놀이풍경얼어붙은 호수, 바위 고드름, 눈 위 동물 발자국단풍 덮인 산, 호수 위 패들보드색눈의 하양, 침엽수의 초록빨강·주황·노랑, 그리고 초록주차10 CAD, 자정(23:59)까지 · 그대로

발모랭역과 “잭래빗” 이야기

1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다가 트레일 옆에서 안내판 하나를 봤다. 이 길이 원래 기찻길이었다는 이야기였다.

트레일 옆 역사 안내판. 아래쪽이 발모랭역 이야기
트레일 옆 역사 안내판. 아래쪽이 발모랭역 이야기

발모랭역이 생긴 건 1892년이다. 생제롬(Saint-Jérôme)과 생타가트(Sainte-Agathe) 사이에 철도가 놓이면서였다. 기차를 타고 관광객이 들어왔고, 1905년부터는 스키를 타러 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 동네 스키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별명은 잭래빗(Jackrabbit)이다.

잭래빗 · Jackrabbit

본명
허먼 스미스-요한센(Herman Smith-Johannsen)
출신
노르웨이
생애
1875~1987
111세까지 살았다.

안내판에 적힌 그의 발자취는 이렇다.

  • 1932이 지역 호텔들이 모인 로렌시안 리조트 협회(Laurentian Resort Association)와 함께 크로스컨트리 스키 길, 메이플 리프(Maple Leaf) 트레일을 내기 시작했다.
  • 1933아예 발모랭으로 이사 왔다. 여기서부터 셔브리지(Shawbridge)와 라벨(Labelle)을 잇는 길을 표시해 나갔다.
  • 1939안내판에 따르면 이렇게 표시한 트레일이 1,600km를 넘었다. 로렌시안 마을들이 스키 길로 이어진 셈이다.

철도 회사는 그에게 공짜 기차표를 내줬다고 한다. 안내판에 그의 말이 영어 그대로 적혀 있다.

“They gave me a pass on the railway. They knew what I was doing to develop the country.”
(철도 회사가 내게 무료 승차권을 줬다. 내가 이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았으니까.)

기차가 사라진 그 철길을 우리는 겨울엔 스키로, 가을엔 두 발로 지났다.

아이와 단풍 보러 가서, 물가에서도 놀 수 있을까?

가는 차 안에서 호수가 보이자 아이가 말했다.

아이

  • “물에 물고기 있을 거 같아.”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신난다더니 낚싯대부터 챙겼다.

아이가 챙겨 온 낚싯대와 루어 상자
아이가 챙겨 온 낚싯대와 루어 상자

원래는 큰 통에 이것저것 넣어 다녔는데, 이 작은 루어 상자로 바꾸고 나서 짐이 단출해졌다. 아이 혼자 들고 다니기 좋고, 이 정도 구성을 차에 늘 실어 두니 물가가 보이면 가볍게 낚시를 하게 된다.

비슷한 구성을 한국에서 사려면

사진 속 상자는 캐나다에서 산 3단 태클박스와 루어 키트다. 한국에서는 이 둘을 사서 나눠 담으면 비슷하다.

물이 맑고 얕아서, 물가에 서 있기만 해도 작은 물고기들이 보였다.

햇빛이 물결 무늬로 일렁이는 얕은 물가
햇빛이 물결 무늬로 일렁이는 얕은 물가

아이가 한 일을 순서대로 적어 보면 이렇다.

  1. 나비를 잡았다가 놓아줬다.
  2. 얕은 물에서 작은 물고기와 가재를 잡았다가 놓아줬다.
  3. 물에 발을 담그고 물가를 한 바퀴 걸었다.
  4. 낚싯대를 드리웠다.
나비를 잡은 순간
나비를 잡은 순간
그리고 놓아준 나비. 하늘로 날아간다
그리고 놓아준 나비. 하늘로 날아간다.

얕은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와 가재가 있었다.

손바닥 위 작은 물고기. 잠깐 보고 바로 놓아줬다
손바닥 위 작은 물고기. 잠깐 보고 바로 놓아줬다.
얕은 물 바닥의 가재. 가운데 갈색 몸통과 집게
얕은 물 바닥의 가재. 가운데 갈색 몸통과 집게

그러는 사이 무당벌레 한 마리가 아내 손바닥에 날아와 앉았다가 다시 날아갔다.

아내 손바닥에 날아왔다가 다시 날아가려는 무당벌레
아내 손바닥에 날아왔다가 다시 날아가려는 무당벌레

아이가 물었다.

아이

  • “여기엔 어떤 물고기가 살아?”

그래서 찾아보니, 퀘벡 낚시 정보 사이트에 락 레이먼드 어종으로 옐로 퍼치(perchaude), 블랙 서커, 브라운 불헤드(메기류)가 올라 있었다. 그 얘기를 한 바로 뒤, 가족사진을 찍으러 물가로 들어갔다가 아이가 물속에서 퍼치를 찾아냈다.

아래 사진에서 퍼치를 찾을 수 있을까? 수초와 색이 똑같아서 한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퍼치를 찾아낸 물속. 어디 있을까?
아이가 퍼치를 찾아낸 물속. 어디 있을까?
정답: 가운데, 머리를 위로 두고 수초 사이에 숨어 있다
정답: 가운데, 머리를 위로 두고 수초 사이에 숨어 있다.

호수를 배경으로 셋이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낚시 준비로 바쁘던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빠, 둘이 연애할 때처럼 찍어 봐.”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낚싯대로는 끝내 한 마리도 못 잡았다.

락 레이먼드 해변, 가기 전에 알아둘 것

락 레이먼드 해변. 모래사장 뒤로 빨강·주황·초록이 둘러싸고 있다
락 레이먼드 해변. 모래사장 뒤로 빨강·주황·초록이 둘러싸고 있다.

우리가 간 2026년 9월 26일(토) 오후 기준이다. 요금과 운영 방식은 해마다 바뀔 수 있다.

주차10 CAD, 한 번 내면 자정(23:59)까지. 정산기에서 카드 터치·카드 삽입·동전 모두 되고, 화면은 프랑스어와 영어 중에 고를 수 있다. 영수증은 대시보드 위에 보이게 올려둔다. 주차장에서 해변까지는 호숫가 나무 데크길을 따라 금방 걸어간다.
입장료이날은 매표소가 비어 있어 내지 않았다. 안내판에 적힌 요금은 13세 이상 12 CAD, 3~12세 6 CAD, 2세 이하 무료다. 발모랭 시 해변 안내에 따르면 해변 운영 기간은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다.
수영구조원이 있을 때(운영 기간 중 수~일 9시~18시)만 할 수 있다. 이날은 구조원이 없어 수영 금지였고, 발을 담그고 물가에서 노는 정도였다.
화장실간이화장실만 있다. 주차장 옆에 2칸, 해변에 1칸.
낚시퀘벡에서 18세 미만은 유효한 낚시 허가증을 가진 어른과 함께라면 따로 허가증 없이 낚시할 수 있다. 어른이 직접 낚시를 하려면 허가증이 필요하다. 자세한 조건은 퀘벡 정부 낚시 허가증 안내에서 확인하자.
그늘모래 해변에는 거의 없다. 입구 쪽 피크닉 테이블 근처에는 나무 그늘이 조금 있다.
분위기토요일 오후인데도 한산했다. 노부부, 할머니와 딸, 아이 있는 가족 몇 팀, 그리고 카약과 패들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입구 게시판에는 “실종된 페럿 모리스를 찾습니다”라는 전단이 붙어 있었다. 작은 동네다운 풍경이다.
근처해변 입구 쪽으로 옛 역 건물의 비스트로-카페(Bistro-Café de la Gare de Val-Morin) 표지판이 있다. 트레일은 퀘벡 자전거길 네트워크 라 루트 베르트(La Route Verte) 2번 구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에 두 곳 모두 들르지 않았다.
날씨·옷맑음, 22도. 나와 아이는 후드티를 입었는데 조금 더웠다. 얇은 긴팔에 벗기 쉬운 겉옷 하나면 충분하다.

입구에서 해변까지 둘러보면 이렇다.

해변 입구 안내판. 입장료와 이용 규정
해변 입구 안내판. 입장료와 이용 규정
"구조원이 없을 때는 수영 금지"
“구조원이 없을 때는 수영 금지”

호수 바로 앞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고, 화장실은 간이화장실뿐이다.

입구 쪽 피크닉 테이블. 호수 바로 앞
입구 쪽 피크닉 테이블. 호수 바로 앞
주차장 옆 간이화장실 2칸
주차장 옆 간이화장실 2칸

시즌이 끝나 매표소도, 망루도 비어 있었다.

비어 있던 매표소
비어 있던 매표소
구조원 대신 빨간 단풍이 지키던 망루
구조원 대신 빨간 단풍이 지키던 망루

입구 게시판에는 실종된 페럿을 찾는 전단이 붙어 있었다. 아이가 주차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보고 관심을 가진 전단이다.

입구 게시판의 실종 페럿 전단. 주인이 꼭 찾게 되길.
입구 게시판의 실종 페럿 전단. 주인이 꼭 찾게 되길.

다음엔 챙길 것: 돗자리. 해변에 오래 있을 생각이라면 하나 가져오면 좋겠다 싶었다. 그늘이 적으니 파라솔이나 모자도 함께.

차 없이 가려면

몬트리올에서 몽트랑블랑까지 다녀오는 당일 투어가 있다. 둘 다 생소뵈르(Saint-Sauveur)를 거쳐 가고, 발모랭은 코스에 없다. 곤돌라와 식사는 따로다.

돌아오는 길: 생타가트, PFK, 그리고 추석 보름달

발모랭을 떠나기 전, 굽은 길 너머 산 전체가 물들어 있었다
발모랭을 떠나기 전, 굽은 길 너머 산 전체가 물들어 있었다.

4시 50분쯤 해변을 나와, 30분 거리인 생타가트데몽으로 가서 마을을 차로 한 바퀴 돌았다. 저녁은 그곳 PFK에서 먹었다.

아이는 치토스의 매운맛, 북미에서 파는 플레이밍 핫(Flamin’ Hot) 맛을 좋아한다. 퀘벡에서는 이 맛을 프랑스어로 앙플라메(Enflammé)라고 하는데, PFK에 그 맛을 입힌 메뉴 광고가 붙어 있는 걸 보더니 먹고 싶다고 해서 들어갔다. 퀘벡에서는 KFC를 PFK(Poulet Frit Kentucky)라고 부르고, 세트 사이드로 푸틴도 고를 수 있다.

  • 치토스 앙플라메 박스 세트 18.29 CAD, 징거버거 10.79 CAD, 텐더 3조각 11.79 CAD. 합계 40.87 CAD.
  • 여기에 세금(연방 5%, 퀘벡 9.975%)이 붙어 46.99 CAD가 나왔다. 메뉴판 가격에서 15%쯤 더 나온다고 보면 된다.
  • 매장이 깨끗했고, 테이블에 무선충전 패드가 있었다. (이 지점 기준)
치토스 앙플라메(플레이밍 핫) 맛을 입힌 PFK 메뉴판. 가격은 세금 별도
치토스 앙플라메(플레이밍 핫) 맛을 입힌 PFK 메뉴판. 가격은 세금 별도
테이블 무선충전 패드. 잠깐이지만 편했다.
테이블 무선충전 패드. 잠깐이지만 편했다.

아이가 고른 건 치토스 앙플라메 박스 세트였다.

아이가 받아 든 치토스 버거. 주황색 소스가 빵 아래로 흘러넘치고, 상자엔 붉은 가루
아이가 받아 든 치토스 버거. 주황색 소스가 빵 아래로 흘러넘치고, 상자엔 붉은 가루

“치킨은 맛있는데 빵에 소스가 너무 많아.” — 아이의 평

텐더를 제일 좋아하는 아이라 텐더도 같이 시켜 두었다. 내가 시킨 징거버거도 소스가 많긴 했다.

몬트리올에 가까워질 무렵 해가 지고 있었다. 창밖을 보던 아내는 이 시간에 하늘과 나무가 같은 톤으로 물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대로 노을빛에 하늘도, 단풍 든 나무도 같은 색이었다.

그리고 하늘에 둥근 달이 떴다. 연한 구름이 살짝 걸려 달빛이 번지듯 퍼졌고, 그래서 더 밝아 보였다. 지평선 가까이, 시내에 넓게 펼쳐진 건물들 바로 위에 낮게 떠 있었다. 실제 크기는 같다고 하지만, 더 커 보였다.

아내는 그 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작가가 빚은 달항아리 같다.”

달리는 차에서는 그 느낌이 잘 담기지 않아 집에 와서 다시 찍었다. 전날(9월 25일)이 추석이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달이 가장 둥글어지는 시각은 한국 시간으로 27일 새벽 1시 49분, 몬트리올 시간으로는 이날 낮 12시 49분이었다.

그날 밤, 집에 와서 다시 찍은 보름달
그날 밤, 집에 와서 다시 찍은 보름달

낮에 해변에서 아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

아내

  • “바람은 시원하고 햇볕은 따뜻하고, 한국에서는 추석 날씨가 제일 좋은데.”

추석 날씨 같던 날, 돌아오는 길에는 추석 보름달이 떴다.

저녁 7시쯤, 몬트리올 시내 근처. 아내 말처럼 하늘도 나무도 같은 톤이었다.
저녁 7시쯤, 몬트리올 시내 근처. 아내 말처럼 하늘도 나무도 같은 톤이었다.

정리

  • 당일치기 단풍, 어디까지?몽트랑블랑까지 가지 않아도 됐다. 차로 1시간 반, 로렌시안의 발모랭이면 충분했다. 가는 길 자체가 단풍 드라이브다. 메이플 로드를 다 돌지 않아도, 몬트리올에서 하루면 그 분위기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 언제 갈까로렌시안은 9월 마지막 주~10월 첫째 주, 몬트리올 단풍은 10월 셋째~넷째 주가 절정 예측이다. 떠나기 전 단풍 현황 지도를 한 번 보자.
  • 누구에게 맞을까조용히 단풍을 보고 싶은 사람, 물가에서 놀고 싶은 아이가 있는 가족.
  • 아쉬운 점해변에 그늘이 적다. 운영 기간이 끝나면 수영은 할 수 없다.
  • 비용주차 10 CAD, 식사 46.99 CAD (기름값 제외).
  • 만족도★★★★★ 4.5 / 5 · 맑은 날씨, 단풍, 그리고 고요함
  • 다음에 가 보고 싶은 곳호숫가 근처 양조장 펍 Brasserie Ayawan. 이번엔 들를까 고민만 하다 못 갔다.

친구에게 한 줄로 소개한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나

  • “조용하게 단풍 보기 좋아. 가는 길에 단풍 색이 점점 바뀌어. 예쁘더라, 발모랭.”

해변에서 아내가 한 말이 이날을 다 설명해 준다.

“여기만 나와도 넘 좋다.”

물가 젖은 모래 위, 누군지 모를 아이의 작은 발자국과 노란 잎 한 장
물가 젖은 모래 위, 누군지 모를 아이의 작은 발자국과 노란 잎 한 장

하루 더 머문다면

발모랭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몽트랑블랑이다. 단풍철에 1박으로 묶으면 로렌시안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다.

위치와 가는 길

몬트리올에서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차로 1시간 반쯤 걸렸다.

가운데 핀이 발모랭 락 레이먼드 해변, 아래쪽이 몬트리올
핀이 락 레이먼드 해변(Plage du Lac Raymond), 왼쪽 호수 끝이 주차장. 주차장에서 호숫가 나무 데크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해변이 나온다.
확인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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